프리미어리그의 여름 이적시장이 사상 유례없는 지출 규모를 기록한 채 막을 내렸다.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진 움직임의 정점에는 엔조 페르난데스의 첼시에서 맨체스터 시티로의 이적이 있었다. 이 거래로 영국 이적료 기록이 다시 한번 맞춰졌고, 올여름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시장에 쏟아부은 금액은 축구 역사상 단일 이적시장 기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맨체스터 시티는 선수 영입에 약 4억4000만 파운드를 투자했고, 선수 판매로 3억1500만 파운드를 회수했다. 첼시 역시 3억4200만 파운드를 지출하면서 그보다 더 많은 금액을 선수 판매로 확보했다. 거액의 영입과 매각이 동시에 이어지면서 프리미어리그 이적시장은 어느 때보다 거대한 자금이 오가는 무대가 됐다.
불과 3년 반 전만 해도 첼시가 엔조 페르난데스를 영입하는 데 지불한 1억680만 파운드는 과도한 이적료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첼시가 이적을 통해 수익을 거두게 됐다.
리암 델랍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여준다. 당시에는 비싸 보였던 영입이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합리적인 투자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올여름 체결된 수많은 대형 계약 역시 앞으로 같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시장의 특징은 몇몇 빅클럽만 움직인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리버풀은 미래를 위한 골키퍼 루카 브루흐만스를 영입했고, 계약 조건에 따라 이적료가 최대 3000만 파운드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 금액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구단 역대 최고 영입액과 같은 수준이다.
브렌트퍼드는 4000만 파운드 규모의 영입을 성사시켰고, 브라이턴은 최대 5000만 파운드까지 투자했다. 코번트리 시티는 올여름 영입 순서가 조금만 달랐다면 구단 이적료 기록을 무려 다섯 차례나 새로 쓸 수 있었을 정도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입스위치 타운은 월드컵 우승 경력을 가진 선수를 영입했고, 풀럼은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를 3400만 파운드에 데려왔다. 토트넘의 여름 지출은 3억 파운드를 넘어섰으며, 아스톤 빌라도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단행하면서 선수단을 사실상 새롭게 구성했다.

이처럼 선수단 개편이 광범위하게 진행되면서 이번 여름 프리미어리그는 어느 때보다 변화가 큰 시장이 됐다.
감독 교체와 선수단 재편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지난 시즌부터 현재 팀을 이끌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감독은 단 9명에 불과하며, 로베르토 데 제르비 역시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시점이 3월 말이었다.
새로운 조합도 잇따라 등장했다. 올리버 글라스너는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과거 함께했던 다니엘 무뇨스와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됐고, 피에르 사주는 전 제자인 말릭 포파나를 크리스털 팰리스로 데려오려 했지만 끝내 성사시키지 못했다.
엔조 페르난데스는 반대로 엔조 마레스카와의 재회를 이루면서 이번 이적시장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첼시는 그의 이적 이후 중원 보강에 나섰고, 마감 직전까지 여러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특히 윙어 시장은 올여름 내내 뜨거웠다. 브래들리 바르콜라는 잠시 여름 최고의 영입으로 기록됐지만, 이후 순위가 빠르게 바뀌었다. 토트넘이 일리만 은디아예와 연결되는 사이 맨체스터 시티가 먼저 움직였고, 토트넘은 이후 미하일로 무드리크로 방향을 틀었다.
리즈 유나이티드는 결국 장 마테오 바호야를 선택했다. 뉴캐슬은 릴의 마티아스 페르난데스파르도를 영입했는데, 이 거래는 데드라인데이 기준으로 비교적 이른 오후 3시에 공식화되면서 오히려 눈길을 끌었다.
선수 판매에 나선 구단들도 이번 시장의 중요한 변수였다. 릴은 이미 아이유브 부아디를 맨체스터 시티에 8130만 파운드에 넘겼고, 다른 구단들의 협상에서도 판매팀의 판단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 나타났다.

모나코와 첼시의 라민 카마라 협상도 대표적이다. 모나코는 첼시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당시 에버턴이 포를라린 발로건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상황까지 변수로 작용했다. 그러나 발로건의 이적이 지연되면서 첼시의 카마라 영입 가능성도 다시 살아나는 등 협상은 마지막까지 방향을 바꿨다.
결국 카마라의 거래는 모나코가 협상에서 물러나면서 좌절됐고, 발로건의 이적 역시 성사되지 않았다. 수천만 파운드가 오가는 거래가 마지막 몇 시간까지 이어지는 모습은 이제 프리미어리그 데드라인데이의 익숙한 풍경이 됐다.
계약서에 포함된 옵션과 의무 조항, 대체 영입 후보, 막판 협상까지 수많은 변수가 동시에 움직였다. 시장이 끝난 뒤에는 자신들이 충분한 보강을 했는지 다시 따져봐야 하는 구단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거액의 지출이 경기장에서의 성공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맨체스터 시티가 영국 이적료 기록을 세운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스티브 데일리와 호비뉴의 영입 이후 두 선수가 기록한 리그 득점은 합계 18골에 그쳤다. 이적료는 회계 장부에는 즉각적인 흔적을 남기지만, 경기력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별개의 문제다.
흥미로운 점은 이처럼 엄청난 돈이 투입됐음에도 일부 팬들의 시장에 대한 만족감은 오히려 높지 않다는 것이다. 영입 자체가 주는 기대감은 크지만, 원하는 포지션을 모두 채우지 못한 팀도 분명히 존재한다.
리버풀은 여전히 전문 오른쪽 풀백의 부재와 중원 조합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필요하다고 평가받았던 왼쪽 풀백 영입에 실패했고, 아스널 역시 공격진 보강이 충분했는지를 두고 팬들 사이에서 아쉬움이 나오고 있다.
이제 남은 답은 이적시장이 아니라 경기장에서 찾아야 한다. 수억 파운드가 오간 여름이 끝난 만큼 각 구단의 투자가 실제 승점과 경기력으로 이어질지는 시즌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다. 프리미어리그는 몇 달 뒤 1월 이적시장에서 다시 한번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번에는 누가 정말 필요한 영입을 했는지, 그리고 여름의 대형 계약이 실제로 가치 있는 선택이었는지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