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가슬리가 F1 데뷔 후 처음으로 폴포지션을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알핀의 가슬리는 이탈리아 그랑프리 예선에서 조지 러셀과 맥라렌, 페라리 등 강력한 우승 후보들을 제치고 몬차의 가장 앞자리를 차지했다.
가슬리는 최종 Q3 마지막 주행에서 1분21초786을 기록하며 잠정 폴포지션을 달리던 러셀을 0.060초 차로 밀어냈다. Q3 첫 주행까지 3위였던 가슬리는 마지막 한 바퀴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끌어내며 정상에 올랐다.
이번 폴포지션은 가슬리의 F1 통산 190번째 레이스에서 나온 첫 폴이다. 2019년 알파타우리 소속으로 몬차에서 첫 우승을 거둔 지 6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다시 예상 밖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알핀이라는 이름으로 F1 폴포지션을 차지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르노가 소유한 엔스톤 팀으로서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예선 1위를 기록했다.
가슬리에게는 더욱 극적인 반전이었다. 전날 국제자동차연맹(FIA) 국제항소법원으로부터 6월 모나코 그랑프리에서 받은 피트레인 과속 벌점이 다시 적용된다는 판결을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시 3위였던 가슬리의 모나코 그랑프리 최종 순위는 7위로 다시 수정됐다.
하지만 몬차에서 가슬리와 알핀의 반응은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했다.
금요일 최종 연습에서 가슬리는 러셀보다 0.6초 느린 9위에 그쳤지만, 예선에 들어서자 알핀의 A526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알핀은 F1에서 가장 빠른 트랙 가운데 하나인 몬차에 맞춰 리어 윙 수준을 낮춘 것으로 보였고, 가슬리는 Q1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작성했다.
Q2에서도 4위를 기록하며 폴포지션 후보로 꼽히던 러셀보다 앞섰고, Q3 첫 주행에서도 러셀에 불과 0.072초 뒤진 3위에 자리했다.
마지막 주행에서는 가슬리에게 모든 상황이 맞아떨어졌다. 오스카 피아스트리가 첫 번째 시케인에서 록업하며 폴포지션 경쟁에서 이탈했고, 러셀 역시 최종 주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흐름이 꼬였다.
반면 가슬리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마지막 랩에서 기록을 끌어올리며 러셀과 피아스트리를 모두 제치고 폴포지션을 확정했다.
알핀 팀 라디오에는 환호성이 터졌다. 가슬리는 “드디어! 가자. 정말 기다려왔던 순간이다!”라고 외쳤다.
예선 직후 인터뷰에서 가슬리는 “Q1 첫 랩부터 차의 느낌이 정말 좋았다. 매 세션마다 조금씩 기록을 줄여갔고, 정말 좋은 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폴포지션 기회를 얻기 위해 9년 동안 노력했다”며 “몬차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고, 첫 폴포지션도 이곳에서 기록했다. 이곳에서는 뭔가 특별한 느낌이 있다”고 밝혔다.

러셀 역시 가슬리의 깜짝 폴포지션을 인정했다.
러셀은 “피에르에게 정말 축하한다. 믿기 어려운 경기력”이라며 “예선 시작 약 15분 전까지 체스 경기를 하고 있었는데 피에르가 나를 이겼다. 그래서 ‘예선에서는 내가 이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여기서도 그가 나보다 앞섰다”고 웃었다.
러셀은 최종 랩에 대해 “막스 베르스타펜이 랩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조금 복잡해졌고, 나는 아주 가까이서 랩을 진행했다”며 “피에르와 알핀은 정말 빠르다”고 평가했다.
러셀은 2위로 출발한다. 챔피언십 선두 팀 동료 키미 안토넬리는 엔진 교체에 따른 그리드 페널티로 뒤쪽에서 출발하게 된다. 예선에서 러셀을 돕기 위해 슬립스트림을 제공했던 안토넬리는 7위를 기록했지만, 예선 순위와 관계없이 뒤쪽으로 내려갈 것을 알고 있었다.
맥라렌의 오스카 피아스트리는 예선에서 3위를 기록했지만 Q2에서 레드불의 리암 로슨을 막았다는 이유로 세 자리 그리드 페널티를 받았다. 이에 따라 피아스트리는 6위에서 출발하고, 샤를 르클레르와 루이스 해밀턴이 각각 3위와 4위로 올라선다. 막스 베르스타펜은 5위에서 출발한다.
페라리는 예상했던 폴포지션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르클레르와 해밀턴 모두 힘든 예선을 치렀지만, 두 차량이 나란히 2열에 자리하게 됐다.
페라리는 Q2에서도 두 차량 모두 10위 안에 드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아우디의 가브리엘 보르톨레토가 Q2 종료 시점에서 10위였던 해밀턴보다 불과 0.001초 뒤진 기록을 냈고, 르클레르는 9위였다.
여름 휴식기 전후로 연속 폴포지션과 레이스 우승을 차지했던 디펜딩 챔피언 랜도 노리스는 이번 예선에서 9위에 그쳤다. Q3 마지막 랩에서는 앞서 달리던 피아스트리가 첫 번째 시케인에서 실수하면서 슬립스트림을 받지 못했다.
다만 안토넬리의 페널티로 노리스는 8위로 출발한다. 가슬리의 알핀 팀 동료 프랑코 콜라핀토가 7위로 올라서고, 노리스가 8위, 레이싱 불스의 아르비드 린드블라드가 9위, 보르톨레토가 10위를 차지한다.
가슬리는 이번 폴포지션으로 1997년 몬차에서 베네통 소속 장 알레시가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F1에서 폴포지션을 차지한 프랑스 드라이버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