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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흐르고비치, 모지스 이타우마 9라운드 TKO로 제압…크로아티아 최초 헤비급 세계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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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흐르고비치가 복싱계의 차세대 헤비급 스타로 주목받던 모지스 이타우마를 무너뜨리며 커리어 최고의 순간을 만들었다. 흐르고비치는 런던 O2 아레나에서 열린 IBF 헤비급 세계 타이틀전에서 9라운드 TKO 승리를 거두고 공석이던 챔피언 벨트를 차지했다. 초반 6라운드까지는 이타우마가 사실상 경기를 지배했지만, 흐르고비치는 끈질기게 버텼고 체력전으로 흐름을 완전히 뒤집었다. 이 승리로 그는 크로아티아 최초의 헤비급 세계 챔피언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경기 초반만 놓고 보면 이타우마의 승리가 가까워 보였다. 프로 데뷔 후 무패를 달리던 영국의 젊은 복서는 시작부터 빠른 스피드와 강력한 펀치로 흐르고비치를 몰아붙였다.

1라운드 시작 1분도 지나지 않아 오른손 훅이 흐르고비치의 관자놀이에 적중했다. 2라운드에는 왼손 훅을 맞은 흐르고비치가 균형을 잃으며 글러브로 캔버스를 짚어야 할 정도로 흔들렸다.

이타우마는 이후에도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5라운드에는 왼손 어퍼컷을 흐르고비치의 턱에 정확하게 꽂으며 다시 한번 강한 충격을 줬다. 경기 전반부의 채점만 본다면 이타우마가 확실하게 앞서가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흐르고비치가 쓰러지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조금씩 경기의 변수가 됐다.

이타우마가 강한 펀치를 쏟아부을수록 흐르고비치는 버텼고, 반대로 젊은 도전자의 체력은 빠르게 소모됐다. 단순히 라운드를 따내는 것과 12라운드 세계 타이틀전을 관리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점이 시간이 흐를수록 선명해졌다.

7라운드는 특히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이타우마에게 프로 데뷔 이후 처음 경험하는 6라운드 이후의 영역이었다.

8라운드에서 그는 승부를 끝내려는 듯 공격의 강도를 크게 높였다. 연속 공격을 퍼부으며 남아 있던 체력을 쏟았지만, 흐르고비치는 또다시 버텼다. 결정타를 만들지 못한 대가는 컸다.

9라운드가 시작되자 경기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타우마는 제대로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쳐 있었고, 흐르고비치는 처음으로 확실하게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결국 라운드 시작 약 1분 만에 이타우마의 코너가 타월을 던졌다. 더 이상 정상적으로 자신을 방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정이었다. 이타우마는 경기 종료 후 코너에서 의료진의 점검을 받았다.

흐르고비치는 경기 뒤 자신의 내구력이 승부를 갈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턱이 중요하냐고 묻고 싶다. 턱은 중요하다”며 초반부터 이타우마의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빠른 출발을 예상했고, 자신의 기회가 찾아올 때까지 기다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상대를 높이 평가했다. 흐르고비치는 이타우마를 자신이 링에서 만난 최고의 선수라고 표현하면서 “나는 현재이고, 그는 분명 미래”라고 말했다. 부족했던 것은 재능이 아니라 장기전을 운영하는 경험이었다는 평가였다.

흐르고비치에게 이번 승리는 오랜 헤비급 커리어를 대표할 만한 결과가 됐다. 초반 대부분의 유효타를 허용하고도 무너지지 않았고, 경험과 체력 관리로 경기의 방향을 바꾸면서 결국 세계 챔피언 벨트까지 손에 넣었다.

IBF 타이틀이 흐르고비치에게 넘어가면서 세계 헤비급 판도에도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크로아티아 출신 선수가 헤비급 세계 정상에 오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반대로 이타우마는 프로 커리어 첫 패배를 기록했다. 그동안 빠른 KO 승리를 거듭하면서 좀처럼 경험할 수 없었던 장기전의 어려움이 세계 타이틀전에서 한꺼번에 드러났다.

이번 패배가 이타우마의 가능성을 지우는 결과는 아니다. 오히려 흐르고비치가 직접 인정했듯 그의 기술과 공격력은 이미 세계 정상급 경쟁력을 보여줬다. 다만 헤비급 정상에서는 강한 펀치만큼 페이스 조절과 인내,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런던에서 나온 이변은 두 선수의 커리어에 서로 다른 전환점이 됐다. 흐르고비치는 마침내 세계 챔피언이라는 결과를 얻었고, 이타우마는 처음으로 자신에게 부족했던 부분을 확인했다. 헤비급의 현재를 차지한 흐르고비치와 첫 패배를 경험한 미래의 도전자 사이에서, 다음 경쟁 구도 역시 한층 흥미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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