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시티가 커뮤니티 실드에서 아스널에 0-3으로 완패하며 새 시즌을 앞두고 예상보다 많은 과제를 드러냈다. 엔조 마레스카 감독은 경기 전 아스널과 맨체스터 시티의 격차를 좁히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정작 웸블리에서 확인된 것은 격차가 줄었다기보다 맨시티의 중원과 수비 조직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가까웠다. 프리미어리그 개막을 앞두고 이적시장과 전술 모두에서 손볼 부분이 적지 않다.
아스널은 맨시티의 약점을 비교적 정확하게 공략했다. 맨시티는 공을 많이 소유하고 상대 진영에서 아스널보다 200개나 많은 패스를 기록했지만, 실제 위협적인 장면은 부족했다. 아스널은 오히려 네 차례의 빅 찬스를 만들었고 맨시티는 한 차례에 그쳤다.
문제는 중원이었다.
마테오 코바치치가 중앙에서 공수 연결을 담당했지만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니코 오라일리가 빌드업 과정에서 중원으로 이동해 마레스카 감독이 선호하는 3-2 형태를 만드는 장면 역시 기대만큼 효과적이지 않았다.
오라일리가 전진하면서 생긴 공간은 오히려 아스널의 공격에 이용됐다. 노니 마두에케가 그 공간을 활용해 움직였고, 한때는 벤 화이트가 사실상 윙어처럼 높은 위치까지 올라오는 장면도 나왔다.
21세의 오라일리는 가능성이 큰 선수다. 중앙 미드필더 역할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아스널의 중원에 경험과 경기 운영에서 밀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베르나르두 실바나 로드리처럼 경기의 흐름을 통제하는 역할을 당장 맡기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높은 수비 라인도 문제였다.
맨시티가 전방에서 압박을 제대로 걸지 못한 상황에서 수비 라인만 높게 올라가면서 뒷공간이 쉽게 노출됐다. 아스널의 첫 골 장면에서도 마르틴 외데고르가 여유롭게 크로스를 올릴 시간을 얻었고, 크리스토스 촐리스의 도움을 받은 카이 하베르츠가 마무리했다.

높은 수비 라인과 느슨한 압박의 조합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상당히 위험하다. 마레스카 감독이 첼시를 이끌 당시에도 비슷한 전술적 문제가 지적된 바 있어, 새 시즌에는 반드시 정리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이번 경기만으로 맨시티의 전력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니코 오라일리와 엘리엇 앤더슨, 엘링 홀란은 월드컵 이후 휴식을 마치고 불과 며칠 전에 팀에 합류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기 감각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홀란 역시 아스널전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공격진의 경기력이 올라올 가능성이 높은 만큼 마레스카 감독이 가장 먼저 걱정할 문제는 중원과 팀 간격에 더 가까워 보인다.
이적시장 역시 중요한 변수다. 엔조 페르난데스가 맨시티의 영입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그가 로드리의 직접적인 대체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로드리와 같은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선수는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페르난데스는 현재 맨시티 중원에 부족한 두 가지, 득점력과 경기 운영 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자원이다. 거친 플레이 성향 때문에 논란을 만들기도 하지만, 아스널전에서 맨시티가 보여준 중원의 가벼움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의 강한 존재감을 가진 선수는 필요하다.
중원 구성은 더욱 얇아질 가능성도 있다. 티자니 레인더르스의 이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엘리엇 앤더슨은 23세, 영입 후보로 알려진 아이유브 부아디는 불과 18세다. 32세인 코바치치와 젊은 선수들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도 마레스카 감독의 과제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 아직 시즌 첫 경기였고, 커뮤니티 실드는 프리미어리그 승점이 걸린 경기도 아니다. 홀란은 경기 감각을 되찾을 수 있고, 앤더슨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중원을 지키는 역할에 적응할 가능성이 있다.
수비진 역시 훈련을 통해 압박 간격과 라인 조절을 맞춰갈 시간이 있다. 무엇보다 맨시티가 매주 아스널을 상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경기가 마레스카에게 보여준 메시지는 분명하다. 아스널과의 격차를 좁히려면 단순히 공격적인 선수들을 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중원을 통제하고 높은 수비 라인을 안정적으로 보호할 구조가 필요하다.
이적시장 마감까지 맨시티에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이번 완패가 새 시즌의 결과를 결정하는 경기는 아니지만, 마레스카 감독이 어떤 부분을 우선적으로 손봐야 하는지는 상당히 선명하게 보여준 경기였다. 지금 드러난 문제를 얼마나 빠르게 수정하느냐가 맨시티의 시즌 초반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