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잭 드레이퍼가 왼팔 부상 여파로 올해 US오픈에 출전하지 않는다. 드레이퍼는 미국에서 치른 최근 두 경기 이후 회복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결국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세계 1위 야닉 시너가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US오픈 불참을 발표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온 소식이다. 반면 카를로스 알카라스는 손목 부상에서 돌아와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드레이퍼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주로 사용하는 왼팔의 뼈 타박상이다. 윔블던 이후 스트링과 라켓을 바꾸고 서브 동작까지 조정하면서 부담을 줄이려 했지만 부상 문제는 계속 이어졌다.
최근 신시내티 오픈 1회전에서 마르틴 란달루세에게 패한 뒤에는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드레이퍼는 당시 “평소라면 모든 공을 쫓아가며 싸우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사라졌다”며 “내적으로도 지금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상은 경기력뿐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미쳤다.
드레이퍼는 만성적인 통증이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투지를 빼앗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로 사용하는 팔에 계속 통증이 있다는 것은 선수 생활 자체와 연결된 문제”라며 “쉽게 해결되지 않는 부상이라 많은 어려움과 장애물이 있다”고 말했다.
드레이퍼에게 이번 US오픈은 특히 아쉬운 대회다. 그는 과거 이 대회에서 준결승까지 올라왔고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량을 보여줬지만, 올해는 단 한 번도 그랜드슬램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됐다.
스카이스포츠 테니스 패널인 전 영국 여자 1위 애너벨 크로프트는 이번 결정이 오히려 드레이퍼에게 필요한 선택일 수 있다고 봤다. 5세트로 진행되는 그랜드슬램은 최대 7경기를 치러야 하는 만큼,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출전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크로프트는 “그는 지금 몸을 다시 제대로 회복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경기에 나가 경쟁하고 싶어 하는 선수인 만큼 감정적으로도 매우 힘든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드레이퍼의 최근 몇 년은 부상과 복귀의 반복이었다. 2025년 US오픈을 앞두고 휴식기를 가졌고, 대회에서는 혼합복식과 단식 한 경기를 치른 뒤 왼팔 문제로 기권했다. 이후 2025년 9월부터 2026년 1월까지 다시 전력에서 이탈했다.
2026년 2월 복귀했지만 4월 바르셀로나에서 무릎 문제로 기권했고 두 달 넘게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6월 이스트본에서 돌아온 뒤 윔블던을 앞두고 다시 출전을 철회했고, 8월 몬트리올과 신시내티에서 복귀했지만 결국 US오픈 출전까지 포기하게 됐다.
드레이퍼의 사례를 계기로 현재 테니스 투어의 일정과 경기 환경에 대한 논쟁도 다시 커지고 있다.
전 선수이자 코치인 라이언 해리슨은 현재 투어가 사실상 11개월 동안 쉬지 않고 이어지는 데다 코트와 공의 특성까지 선수들에게 더 많은 신체적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보다 코트가 느려지면서 긴 랠리가 많아졌고, 그만큼 선수들이 경기에서 소모하는 체력도 커졌다는 주장이다. 그는 “우리는 긴 랠리와 명승부를 좋아하지만 그 대가는 결국 선수들의 몸이 치른다”고 말했다.
크로프트 역시 일정 자체를 크게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봤다. 각 대회가 별도의 소유 구조와 스폰서 계약을 갖고 있어 전체 일정을 단순하게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코트 표면의 속도를 조금 더 다양하게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선수들이 서로 다른 경기 스타일을 펼칠 수 있도록 코트 특성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드레이퍼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US오픈이 아니라 건강한 복귀다. 시너와 드레이퍼가 동시에 빠지면서 남자 테니스의 부상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결국 선수들이 긴 시즌을 버틸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앞으로 더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