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판 드라마 ‘홍루몽’에서 설이마 역을 맡았던 배우 리펑잉이 2026년 6월 25일 베이징에서 투병 끝에 별세했다. 비보가 전해진 뒤 극 중 설반을 연기했던 천훙하이와 설보차 역의 장리가 후배의 이름으로 공동 추도문을 발표하며 오랜 세월 함께한 선배이자 스승을 애도했다.
‘우리의 스승이자 어머니였던 리펑잉 선생을 기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추도문에서 두 배우는 리펑잉을 “스크린 속 설씨 집안의 어머니이자 삶의 길에서 우리를 이끌어 준 스승”이라고 표현하며 깊은 슬픔을 전했다. 작품을 통해 맺어진 인연이 30여 년 동안 이어져 왔음을 강조하며, 갑작스러운 이별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담하게 기록했다.

천훙하이는 1980년대 ‘홍루몽’ 촬영 당시 자신이 아직 어린 신인이었으며 고전 인물을 표현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리펑잉이 후배들을 따뜻하게 품어 주며 연기뿐 아니라 작품을 대하는 자세와 인물 해석까지 세심하게 지도해 주었다고 밝혔다.
드라마 속 리펑잉이 연기한 설이마는 설씨 집안을 지탱하는 자애롭고 온화한 인물이다. 절제된 연기와 차분한 분위기를 통해 인물의 인품과 포용력을 자연스럽게 표현했으며, 이러한 해석은 원작의 인물을 설득력 있게 영상으로 구현한 사례로 평가받아 왔다. 그녀의 연기는 작품 전체의 정서적 안정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추도문은 촬영 현장에서의 인간적인 모습도 함께 회고한다. 약 3년에 걸친 제작 기간 동안 리펑잉은 젊은 배우들을 가족처럼 돌보며 연기 지도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러한 관계는 촬영 종료 이후에도 오랫동안 이어졌으며, 단순한 동료를 넘어선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기반이 됐다.
또한 리펑잉의 예술적 태도에 대한 평가도 담겼다. 그는 화려함보다 기본기에 충실한 연기를 추구했고, 맡은 역할마다 성실하게 접근하며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 왔다. 겸손한 자세와 인품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였다는 점 역시 추도문에서 강조된 부분이다.
천훙하이는 ‘홍루몽’ 출연진이 30여 년 동안 꾸준히 재회하며 교류를 이어 왔고, 리펑잉 역시 언제나 변함없는 따뜻한 미소로 모두를 맞이했다고 회상했다. 이는 한 작품을 함께 만든 인연이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당시 제작진과 배우들이 형성한 공동체적 유대감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1987년판 ‘홍루몽’은 중국 드라마 역사에서 대표적인 고전으로 꾸준히 평가받고 있다. 작품의 예술성뿐 아니라 오랜 세월 이어져 온 배우들의 관계와 상호 존중 역시 이 작품이 지닌 문화적 의미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번 추도문은 그러한 공동체 정신과 예술적 전통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기록으로 남게 됐다.
리펑잉의 별세는 ‘홍루몽’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또 한 명의 소중한 동료를 떠나보내는 순간이 됐다. 그러나 그가 남긴 연기와 후배들에게 전한 가르침은 작품과 함께 오랫동안 기억될 예술적 유산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