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참 이상합니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인내하면서도, 정작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는 쉽게 날이 서곤 합니다. 우리는 낯선 이에게 미소를 건네고, 직장 동료에게는 예의를 지키며, 친구에게는 말을 고르지만, 집에 돌아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그 따뜻함을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들이 이해해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일 것입니다. 떠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사랑이 충분히 깊으니 우리의 짜증과 날 선 말도 견뎌 줄 것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깊은 사랑이라도 돌보지 않으면 식어 갑니다. 따뜻한 차 한 잔처럼, 관심을 두지 않으면 서서히 식어 버립니다.

부드러움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상대가 지쳐 있을 때 목소리를 조금 낮추는 것, 비난 대신 손을 먼저 내미는 것, 소박한 저녁이라도 함께 기다려 먹는 것. 화가 치밀어 오를 때 잠시 침묵을 선택해 마음을 다시 부드럽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부드러움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우리의 감정을 쏟아내는 곳이 아닙니다. 그들은 우리가 돌아가 쉴 수 있는 자리이며, 있는 그대로의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안식처입니다. 매일의 귀가가 긴장과 다툼으로 가득하다면, 그 집은 더 이상 쉼터가 될 수 없습니다.
가벼운 말 한마디가 상대의 마음에는 무겁게 내려앉을 수 있습니다. 무심코 던진 말이 깊은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차가운 눈빛 하나가 하루를 어둡게 만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필요한 것은 단 한마디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 어땠어?”라는 진심 어린 질문.

부드러움은 상대 역시 각자의 무게를 지고 살아가고 있음을 아는 데서 시작됩니다. 웃음 뒤에 숨겨진 피로와 걱정을 이해하는 것. 사랑은 언제나 서로를 향한 나눔입니다.
많이 가지지 않았어도 따뜻한 가정이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서로를 존중하는 말로 이야기하고, 다투기보다 관계를 지키는 쪽을 선택합니다. 의견이 달라도 결국은 서로를 붙잡습니다.
부드러움은 약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강함입니다. 화가 날 때에도 온기를 지키는 일은 단단한 마음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부드러움을 선택하는 것은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는 일입니다.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은 화려한 말보다, 자신이 여전히 우리의 마음속에서 소중하다는 확신을 원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소란스러워도, 우리는 서로의 평온이 되어 줄 수 있다는 믿음.
인생은 길지만, 끝까지 함께 걸어 줄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언젠가 우리는 깨닫게 될 것입니다. 얼마나 옳았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부드러웠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그러니 조금만 더 낮은 목소리로 말해 주세요. 조금 더 오래 안아 주세요. 조금 더 많이 들어 주세요.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의 차가움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결국 사랑은 거대한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매일의 작은 부드러움이면 충분합니다. 두 사람이 서로 앞에서 마음을 풀어 놓을 수 있다면, 삶의 어떤 바람 속에서도 손을 잡고 건너갈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