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우 천리쥔과 웨이저밍이 주연을 맡은 고전 권모술수 드라마 ‘주고낭’이 대형 여성 서사 사극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천리쥔이 영화와 무대 활동을 거쳐 처음으로 주연을 맡는 장편 드라마라는 점과, 남장을 한 여성이 남성 중심의 관료 사회에서 자신의 능력만으로 정치적 입지를 구축해 나가는 설정이 작품의 핵심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주고낭’은 Youku가 제작하고 싱허 스튜디오가 제작에 참여하며, 총 32부작으로 구성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품은 진장문학성 작가 ‘워샹츠러우’의 소설 ‘주고낭 오늘도 함정에 빠졌나’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방대한 분량의 무CP 권모술수 여성 성장 서사로 독자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온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중국 드라마 시장에서는 여성 주인공을 중심에 둔 사극이 꾸준히 제작되고 있지만, ‘주고낭’은 로맨스를 핵심 서사에서 배제하고 정치와 관료 사회, 권력 구조 속에서 살아남는 한 여성의 성장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시도한다. 주인공이 단순히 개인적인 성공을 이루는 데 그치지 않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한되던 시대적 구조와 직접 맞서며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간다는 점이 작품의 중심축이다.
천리쥔이 연기하는 주잉은 평범한 출신의 여성이다. 어린 시절 생존을 위해 남장을 시작한 그는 어머니가 억울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본격적으로 관직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대리시에 들어간 주잉은 작은 관직에서부터 능력을 증명하며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한 사건들을 처리한다.
이후 지방으로 내려가 복록현의 현령을 맡아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정국이 혼란에 빠지자 다시 수도로 소환된다. 주잉은 정희를 비롯한 대신들과 협력하며 나라 안팎의 위기를 해결하고, 공로를 인정받아 권력의 중심부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주잉의 여정은 단순한 입신양명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남성의 신분으로 살아가며 권력 다툼과 정치적 음모 속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생존해야 한다. 이후 자신의 여성 신분을 세상에 드러낸 뒤에도 물러서지 않고 권력의 중심에 서며, 결국 개인의 성공을 넘어 더 많은 여성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인물로 성장한다.
이 작품은 특별한 능력이나 초월적인 설정에 의존하지 않는다. 현대인의 시선으로 과거 세계를 압도하는 주인공도 아니며, 모든 위기를 쉽게 해결하는 만능형 인물도 아니다. 주잉은 냉철한 판단력과 현실적인 감각, 그리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바탕으로 위험한 정치 세계를 통과한다. 이러한 설정은 한 여성의 인생을 수십 년에 걸쳐 따라가는 성장 서사에 더욱 무게를 더한다.
천리쥔의 캐스팅 역시 작품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소다. 그는 중국 전통극인 월극 배우로, 윤파 계열의 여소생 연기로 오랫동안 남성 역할을 연기해 왔다. 특히 2023년 환경형 월극 ‘신용문객잔’에서 가정 역을 맡아 남장 캐릭터 특유의 날카롭고도 세련된 매력을 보여주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이후 영화 활동으로도 영역을 넓힌 천리쥔은 ‘표인: 풍기대막’을 통해 스크린에 진출했고, 무대와 영화에 이어 이번에는 대형 드라마의 중심을 이끄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특히 주잉은 어린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의 변화를 표현해야 하는 인물인 만큼, 천리쥔에게는 기존 무대 연기와는 다른 방식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인물의 내적 변화를 보여줄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장을 한 여성이라는 설정 역시 천리쥔의 배우적 배경과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오랫동안 남성 역할을 소화해 온 경험 덕분에 단순히 외형적인 남장에 머무르지 않고, 남성으로 살아가야 하는 주잉의 행동과 태도,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긴장과 고독을 어떻게 표현할지 주목된다.
웨이저밍은 작품에서 정희 역을 맡는다. 원작에서 정희는 주잉의 능력을 가장 먼저 알아보고 그를 대리시로 이끄는 인물이자, 이후에도 그의 정치적 성장 과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상사이자 후원자다.
두 인물의 관계는 전형적인 로맨스와는 거리가 멀다. ‘주고낭’은 두 사람 사이에 연애 감정선을 중심으로 한 서사를 두지 않고, 능력을 인정하는 상사와 성장해 가는 부하의 관계, 그리고 정치적 판단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 관계에 집중한다. 따라서 천리쥔과 웨이저밍의 연기 호흡 역시 감정적인 사랑 이야기보다는 지략과 판단, 신뢰와 긴장감이 교차하는 관계에서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낼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웨이저밍은 그동안 사극과 현대극, 미스터리 장르 등에서 비교적 절제된 분위기의 캐릭터를 연기해 왔다. 정희라는 인물이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는 안정감과 관료로서의 무게, 그리고 주잉의 잠재력을 알아보는 안목을 어떻게 표현할지 역시 관심을 모은다.
‘주고낭’의 가장 큰 특징은 결국 명확하다. 이 작품에서 주잉의 목표는 누군가의 사랑을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제한된 사회 구조 안에서 살아남아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는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과 판단을 통해 위기를 해결하며 권력의 중심으로 향한다.
여성 주인공이 사랑과 구원 서사에 종속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목표와 성장에 집중하는 무CP 설정은 최근 사극 시장에서도 비교적 보기 드문 시도다. 때문에 원작 팬들은 드라마가 방대한 원작의 정치적 서사와 여성 성장의 핵심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천리쥔에게는 첫 주연 드라마라는 새로운 도전이자, 무대에서 오랫동안 축적해 온 남성 역할 연기 경험을 영상 매체에서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웨이저밍이 능력 있는 상사이자 주인공의 정치적 동반자로 합류하면서, 로맨스보다 목표와 신뢰, 그리고 권력 세계에서의 성장에 집중하는 색다른 사극 조합이 완성될 전망이다.
결국 ‘주고낭’의 성패는 화려한 남장 설정이나 배우들의 화제성보다도 원작이 가진 방대한 정치 서사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압축하고, 주잉이라는 인물의 긴 인생을 얼마나 입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한 여성이 혼란스러운 시대와 권력의 중심에서 자신의 이름과 위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탄탄하게 구현된다면, ‘주고낭’은 로맨스 중심 사극과는 다른 방향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
남장을 하고 관직에 들어선 한 여성의 생존기에서 시작해, 결국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채 권력의 중심으로 향하는 이야기. ‘주고낭’이 이 긴 여정을 얼마나 치밀하고 설득력 있게 완성할 수 있을지, 그리고 천리쥔이 첫 드라마 주연작에서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