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방영된 **《소어아와 화무결》**을 다시 보면 어느 순간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야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주요 여성 캐릭터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철심란은 죽고, 연성과 초월은 무공을 빼앗긴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인물을 세어 보면, 어느새 강옥연만이 모든 판의 중심에 서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만들어낸 인물이 바로 양설이 연기한 강옥연이다.
흥미로운 점은 강옥연이 처음부터 양설의 배역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당초 다른 배우가 캐스팅됐지만 촬영 초반 하차했고, 이후 양설이 급하게 합류하게 됐다. 그러나 우연처럼 시작된 캐스팅은 결과적으로 드라마 전체에서 가장 강렬한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양설은 당시 “극 중 가장 나쁜 역할이라는 말을 듣고 오히려 흥미를 느꼈다”는 취지로 캐릭터를 선택했다고 알려져 있다. 원작 **《절대쌍교》**에는 강옥연이라는 인물이 여성으로 존재하지 않았으며, 드라마에서는 기존 설정을 변형해 여성 캐릭터로 재구성했다.
처음 등장한 강옥연은 한없이 작고 약한 인물이었다.

강가에 들어온 뒤 그녀는 늘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의 눈치를 본다. 누군가를 바라볼 때도 오래 마주하지 못하고, 잠깐 눈길을 올렸다가 다시 피한다. 계모에게 모욕적인 이름으로 불리고 하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쉽게 반항하지 못한다.
그녀의 눈에는 늘 눈물이 맺혀 있다.
하지만 그 시기의 강옥연은 단순히 나약하기만 한 인물은 아니었다. 아버지가 몰래 무공을 가르치는 장면을 엿들을 때 눈빛이 순간적으로 달라지고, 자신의 어머니를 둘러싼 이야기를 들을 때는 감추려 해도 숨길 수 없는 상처가 드러난다.
그때의 그녀에게는 아직 기대가 있었다.
언젠가는 아버지가 자신을 인정해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 누군가 자신을 사랑해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였다.
그러나 강옥연은 결국 깨닫는다. 자신이 기대했던 가족애와 사랑이 모두 자신을 지켜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그 순간부터 강옥연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눈빛에는 계산이 들어가고,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변한다. 강별학을 향하던 조심스러운 시선은 어느 순간 상대의 약점을 찾는 듯한 눈빛으로 바뀐다. 황제를 대할 때는 다정하고 매혹적인 눈빛을 보이지만, 유희를 바라볼 때는 노골적인 경멸을 감추지 않는다.
강옥연의 변화가 특히 인상적인 이유는 과장된 외형 변화에 의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짙은 화장이나 갑작스러운 스타일 변화 대신, 양설은 오직 표정과 눈빛으로 인물의 변화를 보여준다. 조금 전까지 눈물을 머금고 있던 얼굴이 고개를 숙이는 순간 차갑게 변하고, 누군가를 제거할 때조차 과도하게 분노하지 않는다.
특히 강별학을 향한 장면에서 강옥연의 눈빛은 무서울 정도로 평온하다.
이미 감정의 단계를 지나 상대를 하나의 장애물처럼 바라보는 인물이 된 것이다.
이후 강옥연의 인생은 그야말로 끝없는 상승 과정으로 이어진다. 아버지를 제거하고, 권력을 손에 넣고, 무공을 연마하며 자신의 힘을 키운다. 그리고 마침내 권력과 무력, 두 가지를 모두 손에 넣은 정상에 오른다.
그녀가 높은 자리에 오른 뒤의 눈빛은 또 한 번 달라진다.
더 이상 과거처럼 누군가의 인정을 기다리지 않는다. 황제와 함께할 때도, 다른 인물들을 조롱할 때도, 상대를 제거할 때도 그녀는 대부분 웃고 있다. 철심란을 죽일 때는 차가운 미소를 짓고, 연성과 초월의 무공을 빼앗을 때도 망설임이 없다.
하지만 그렇게 모든 것을 손에 넣은 강옥연에게도 끝내 버리지 못한 약점이 하나 있다.
바로 화무결이다.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가 자신을 한 번 바라봐 주기를 바랐다면, 모든 것을 손에 넣은 뒤에는 화무결의 사랑을 원한다. 그녀는 권력을 얻고 강해졌지만, 정작 자신이 가장 원하는 단 한 사람의 마음만큼은 얻지 못한다.
그래서 강옥연은 단순한 악녀가 아니다.
그녀에게는 야망이 있지만 동시에 사랑받고 싶은 욕망도 있다. 누구보다 냉혹하지만 누구보다 인정받기를 원한다. 모든 사람을 이용할 수 있지만 정작 자신의 감정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지금 다시 보면 강옥연의 서사는 묘하게 **‘대여주인공의 성장과 승진 공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강가를 하나의 회사라고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계모는 자신을 억압하는 직속 상사이고, 강별학은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최고 책임자다. 강옥연은 정면으로 충돌하기보다는 상황을 견디면서 자신의 기회를 찾고, 권력자의 신뢰와 자원을 얻는 방법을 배운다.
궁에 들어간 뒤에는 더욱 철저하다.
황제는 권력을 얻을 수 있는 기반이고, 유희는 경쟁자이며, 소어아와 화무결을 비롯한 인물들은 상황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변수다. 강옥연은 한쪽과 손을 잡아 다른 세력을 견제하고, 다시 그 관계를 뒤집어 자신의 이익을 챙긴다.
누가 누구와 싸우든 마지막 이익은 자신에게 돌아오게 만드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강옥연에게는 엄청난 목표 의식이 있다.
그녀의 목표는 언제나 명확하다. 권력, 그리고 화무결.
그 목표를 위해서라면 무공을 포기한 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도 있고, 거짓말을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지킬 수도 있으며, 심지어 가족까지 제거할 수 있다.
내적 갈등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목표를 세우면 실행한다.
물론 이것이 현실에서 따라 해야 할 삶의 방식이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캐릭터 자체만 놓고 보면 강옥연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으며, 그것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인물이다.
그래서 오늘날의 많은 ‘악녀 캐릭터’와 비교할수록 강옥연은 더욱 독특하게 느껴진다.
최근 작품 속 일부 악녀들은 짙은 화장과 과장된 표정, 이유 없는 질투와 고함으로 ‘나쁜 사람’임을 설명한다. 반면 강옥연은 굳이 외형으로 악함을 강조하지 않는다.
그녀의 변화는 눈빛에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겁먹은 듯한 사슴 같은 눈이었다가, 점차 상대를 계산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뀌고, 마지막에는 감정을 읽기 어려운 공허하고 평온한 시선에 도달한다.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악행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행동에는 나름의 목적과 계산이 존재한다. 궁에 들어가기 위해 누군가를 이용하고, 자신을 위협하는 인물을 제거하며, 화무결을 향한 집착 때문에 또 다른 선택을 한다.
이 때문에 강옥연은 단순한 ‘악인’이라기보다 욕망과 상처를 동시에 가진 한 인간처럼 느껴진다.
시청자들은 그녀의 행동을 비난하면서도, 그녀가 왜 그렇게 변했는지는 이해하게 된다.
바로 그 점이 강옥연이라는 캐릭터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계속 회자되는 이유다.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어떤 악녀들은 그저 **‘악한 척 연기하는 캐릭터’**라면 강옥연은 **‘한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캐릭터’**에 가깝다.
양설 역시 강옥연을 연기한 것에 대해 분명한 생각을 밝힌 바 있다. 길거리에서 자신을 알아본 사람이 “그렇게 나쁜 역할을 정말 잘했다”고 말하면 오히려 기뻤다는 것이다.
그녀에게 그것은 배우로서 캐릭터를 제대로 전달했다는 의미였다.
만약 사람들이 강옥연을 보고 “정말 귀엽고 착한 캐릭터였다”고 말했다면 오히려 연기에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방영 이후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강옥연은 여전히 중국 드라마 속 가장 강렬한 악녀 캐릭터 중 하나로 언급된다.
처음에는 이름도 없던 작은 인물이었지만, 결국 모두를 제치고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가장 강한 존재가 됐다.
그래서 지금 다시 **《소어아와 화무결》**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소어아와 화무결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마지막에는 어느새 강옥연의 야망과 추락을 지켜보는 드라마가 되어 있었다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설명하는 한마디는 지금도 여전히 잘 어울린다.
“강옥연이 웃으면, 누가 살고 누가 죽을지 알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