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웹드라마 《무심법사》가 조용히 공개됐다. 당시 천야오는 극 중 어둡고 위험한 분위기를 지닌 악역 웨치뤄를 연기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새하얀 눈밭 위에서 더욱 선명하게 보이던 붉은 옷과 순수한 얼굴 뒤에 숨겨진 광기, 집착과 연약함이 공존하는 연기는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았다. 특히 “장셴쭝, 이가 아파”라는 대사는 웨치뤄라는 캐릭터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자리 잡았다. 1994년생인 천야오는 당시 사랑스럽고 청순한 이미지로도 주목받았지만, 이후 그의 선택은 대중이 예상했던 방향과는 달랐다.
보통 한 작품으로 주목받은 신인 배우에게는 비슷한 이미지의 작품이 연이어 들어오기 마련이다. 특히 천야오처럼 어려 보이는 외모와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배우라면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이나 청순한 캐릭터를 반복적으로 연기하는 것이 비교적 안전한 선택일 수 있었다. 그러나 천야오는 익숙한 이미지 안에 머무르기보다 스스로를 다른 역할 속으로 밀어 넣는 길을 택했다. 그렇게 시작된 도전은 이후 11년 동안 그가 자신에게 붙은 여러 가지 고정관념을 하나씩 깨뜨리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무심법사 2》의 샤오딩마오였다. 여성 배우가 남성 캐릭터를 연기하는 선택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작은 어색함만 있어도 캐릭터의 설득력이 무너질 수 있고, 기존 이미지와의 차이 때문에 오히려 시청자의 거부감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천야오는 정장을 입고 냉정한 눈빛과 반항적인 분위기를 가진 소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자유분방함뿐 아니라 그 안에 감춰진 계산적인 면모까지 세밀하게 살려내며 많은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무심법사 3》에서는 한층 더 어려운 도전에 나섰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인물을 동시에 연기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한 것이다. 따뜻하면서도 강인한 분위기를 가진 인물과 어두운 집착과 불안감을 드러내는 인물을 분명하게 구분했고, 시선과 표정, 손짓, 말투와 속도까지 다르게 구성했다. 이러한 시도는 천야오가 특정한 이미지에만 의존하지 않고 작품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라는 평가로 이어졌다.
이후에도 그는 비슷한 유형의 역할을 반복하기보다 다양한 장르를 선택했다. 청춘물부터 시대극과 미스터리, 도시 로맨스까지 여러 작품을 거치면서 하나의 캐릭터 공식에 자신을 가두지 않았다. 역할마다 각기 다른 분위기와 성격을 부여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배우로서의 경험과 표현력도 조금씩 축적해 갔다. 빠르게 화제성을 얻기 위해 이미 성공한 이미지를 반복하는 대신, 천천히 자신의 가능성을 넓혀가는 방식을 선택한 셈이다.
2026년 여름, 천야오는 또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난파이싼수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 《구문》에서 훠셴구 역을 맡으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극 중 훠셴구는 강한 존재감과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로, 단순한 액션 능력뿐 아니라 복잡한 감정과 내면을 표현해야 하는 역할이었다. 천야오는 이 캐릭터를 준비하기 위해 촬영 전부터 액션 훈련에 집중했고, 무술 동작을 익히는 데 상당한 시간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염광산을 배경으로 한 액션 장면은 그의 준비 과정이 화면 위에서 드러난 대표적인 장면으로 언급됐다. 공중에서 다리를 일자로 벌리는 고난도 동작을 포함해 힘과 균형, 정확한 타이밍이 필요한 액션을 직접 소화하며 캐릭터의 강인한 면모를 표현했다. 훠셴구는 단순히 강한 여성 캐릭터에 그치지 않았다. 천야오는 인물의 카리스마와 함께 감정적인 깊이까지 표현하며, 냉철한 판단력과 인간적인 감정을 동시에 가진 인물로 완성하려 했다.
작품이 공개된 뒤 훠셴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천야오의 연기에 대한 반응도 이어졌다. 특히 원작을 알고 있는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캐릭터의 이미지와 배우의 분위기가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액션 장면에서 보여준 집중력뿐 아니라 감정 장면에서의 절제된 표현 역시 캐릭터의 입체감을 높였다는 반응이었다. 한 작품 속에서 강인함과 섬세함을 동시에 보여준 것은 천야오가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다양한 연기 경험과도 연결돼 있다.
작품이 마무리된 뒤에도 그는 비교적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시청자들과 작품의 여운을 나눴다. 동료 배우 쩡순시와 함께한 사진을 공개하며 작품 속 인물들이 남긴 감정을 정리했고, 과도한 연출보다는 작품을 함께한 시간에 대한 담담한 태도를 보여줬다. 이런 모습은 캐릭터와 배우를 분리하면서도 작품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인상을 남겼다.
이후 예능 프로그램 《우리 집 딸 2026》에 고정 출연하면서 천야오는 드라마 속에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작품 속에서는 강한 긴장감과 극적인 감정을 주로 보여줬다면, 예능에서는 비교적 편안하고 일상적인 모습이 드러났다. 작은 즐거움에도 오랫동안 기뻐하는 모습은 화려한 캐릭터 뒤에 가려져 있던 배우 개인의 친근한 면모를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시청자에게는 배우 천야오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창구가 된 셈이다.
현재의 연예계에서는 하나의 성공적인 캐릭터가 배우의 경력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한 번 대중적인 이미지를 얻으면 비슷한 역할을 반복하며 안정적인 인지도를 유지하는 선택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배우의 이미지와 연기 범위를 좁힐 위험도 있다. 천야오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그는 자신을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이미지에 머무르기보다, 때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역할을 선택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해 왔다.
처음 베이징에 올라와 베이징영화학원 입시에 도전했던 신인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천야오의 연기 인생은 급격한 변화보다는 꾸준한 확장의 과정에 가까웠다. 웨치뤄로 강렬한 존재감을 알렸고, 이후 남성 캐릭터와 1인 다역을 통해 기존 이미지를 흔들었다. 여러 장르를 오가며 경험을 쌓은 뒤에는 훠셴구처럼 액션과 감정 연기를 동시에 요구하는 복합적인 캐릭터까지 소화했다.
이러한 과정은 배우의 성장이 단 하나의 히트작이나 외적인 이미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천야오가 걸어온 길은 빠르게 유행을 따라가는 방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대신 매 작품에서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역할에 도전하면서 조금씩 자신만의 연기 영역을 넓혀 왔다.
결국 천야오의 11년은 하나의 이미지에서 출발해 더 넓은 가능성으로 이동해 온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웨치뤄의 강렬한 인상에서 출발해 성별과 성격이 다른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고, 이제는 훠셴구처럼 강한 액션과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표현하는 역할까지 맡게 됐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행이나 외부의 기대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배우로서 오래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해 왔다는 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일수록 자신의 방향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천야오의 사례는 꾸준한 도전과 축적이 결국 배우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청자들이 그의 작품에서 보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캐릭터 하나가 아니다. 익숙한 틀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계속 넓혀 온 한 배우의 과정이기도 하다. 앞으로 천야오가 어떤 역할을 선택하든 관심을 받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이미 만들어진 이미지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다음 작품을 통해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