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장성 항저우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인 서호 주변에는 수많은 역사 유적과 문화유산이 자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영은사(灵隐寺)는 오랜 역사와 깊은 종교적 의미를 지닌 사찰로, 항저우를 찾는 여행객들이 반드시 방문하는 명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영은사는 서호 북서쪽 비래봉 풍경구 안에 위치해 있으며, 울창한 숲과 산세에 둘러싸여 있다. ‘영혼이 머무는 은둔의 사찰’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처럼, 고요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인상적인 곳이다. 사찰 주변에는 안개가 자주 드리워져 있어 더욱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이 사찰의 역사는 무려 16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진 시대인 326년에 인도 출신 승려 혜리가 항저우를 방문했을 때, 이 지역의 아름다운 산세를 보고 신선이 머물 만한 장소라고 여겨 사찰을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이때부터 영은사는 중국 남부를 대표하는 불교 사찰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오대십국 시대에는 오월국 왕실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으며 크게 번성했다. 당시에는 3000명이 넘는 승려가 수행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고 전해진다. 이후 북송 시대에는 강남 지역을 대표하는 5대 사찰 중 하나로 선정되며 명성을 이어 갔다.
청나라 시기에는 강희제가 직접 영은사를 방문해 아름다운 풍경과 평온한 분위기에 감탄했고, 직접 쓴 현판을 남겼다고 알려져 있다. 창건 이후 수차례 전쟁과 재난으로 파괴와 재건을 반복했지만, 현재의 주요 건축물들은 청나라 말기에 재건된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인 보수 작업이 이루어졌다.
영은사의 중심에는 천왕전, 대웅보전, 약사전이 일직선상에 배치되어 있다.
가장 먼저 만나는 천왕전에는 배를 드러낸 채 웃고 있는 미륵불이 모셔져 있다. 그 뒤에는 높이 약 2.5미터의 위타천상이 자리하고 있으며, 남송 시대 양식을 보여 주는 귀중한 불상으로 평가된다. 양옆에는 높이 약 8미터에 달하는 사천왕상이 배치되어 있어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찰의 핵심 건물인 대웅보전은 높이 33.6미터에 달하는 웅장한 건축물이다. 내부에는 높이 24.8미터의 석가모니 좌상이 모셔져 있는데, 24개의 녹나무 목재를 사용해 제작된 중국 최대 규모의 목조 불상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주변에는 다양한 보살상과 천신상이 배치되어 있어 뛰어난 불교 예술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최근 건립된 약사전에는 약사여래와 일광보살, 월광보살이 봉안되어 있다. 또한 인근의 나한당에는 약 500개의 석조 나한상이 전시되어 있어 많은 방문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영은사는 건축물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재로도 유명하다. 오대십국 시대의 석탑, 북송 시대의 경당을 비롯해 약 1400년 전의 불경, 고대 패엽경, 동위 시대의 금동 불상, 명나라 서예가 동기창이 필사한 금강경 등 귀중한 유물들이 보존되어 있다.
항저우 여행에서 서호의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 빼놓을 수 없지만, 영은사는 역사와 문화, 종교 예술, 자연경관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깊은 산속의 고요함 속에서 천년을 넘어 이어져 온 중국 불교 문화의 흔적을 만나고 싶다면, 영은사는 반드시 방문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여행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