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가 2028년 봄 아침드라마 「ほんのもくいち」의 주연으로 가와이 유미를 발표했다. 각본은 일본 드라마계를 대표하는 작가 쿠도 칸쿠로가 맡는다. 작품은 일본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정신과 의사인 사이토 모키치와 그의 아내 데루코의 삶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기존 전기 드라마와는 다른 방향을 선택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모키치의 업적을 중심으로 하기보다 데루코라는 인물 자체를 이야기의 중심에 배치한다. 이는 최근 일본 방송계에서 나타나는 역사 인물 재해석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위인의 아내’에서 독립적 주인공으로
전통적인 역사 서사에서 여성은 종종 남성 주인공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특히 유명 인물의 배우자는 헌신과 희생의 상징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ほんのもくいち」는 이러한 관습을 뒤집는다.
드라마는 데루코를 단순히 모키치의 아내가 아니라 독립적인 삶을 살아간 인물로 조명한다. 그녀는 사회가 기대하는 역할에 자신을 가두지 않았고, 스스로 선택한 방식으로 인생을 개척했다.
이러한 접근은 현대 콘텐츠 산업이 역사 속 여성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업적 중심의 서사가 주류였다면, 오늘날에는 개인의 선택과 삶의 방식 자체가 중요한 이야기 소재가 되고 있다.
‘통쾌한 할머니’가 상징하는 자유
데루코는 생애 후반부에 남극과 에베레스트를 방문하는 등 대담한 여행을 이어가며 일본 사회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녀는 ‘통쾌한 할머니’라는 애칭으로 불렸는데, 이는 단순한 별명이 아니라 시대적 의미를 가진 상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된 국가 가운데 하나다. 이에 따라 노년층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데루코는 노년을 수동적인 시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통해 삶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이는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액티브 에이징(active aging)’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드라마는 그녀의 삶을 통해 나이와 성별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
‘NHK 아침드라마 역사상 가장 먼 부부’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표현은 NHK가 두 사람의 관계를 ‘아침드라마 역사상 가장 먼 부부’라고 설명한 부분이다.
이는 기존 아침드라마의 전형적인 부부상을 벗어나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NHK 아침드라마는 가족애와 상호 이해, 그리고 함께 성장하는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이번 작품은 결혼을 반드시 화합의 공간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활동적이고 독립적인 데루코와 상대적으로 의존적이고 어두운 면을 가진 모키치는 끊임없이 충돌하고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그러나 바로 그 차이가 두 사람의 관계를 특별하게 만든다.
이는 현대 드라마가 결혼을 이상화하기보다 현실적인 인간관계로 바라보는 경향과도 연결된다.
쿠도 칸쿠로가 가져올 새로운 해석
쿠도 칸쿠로의 참여 역시 작품의 방향성을 예측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는 일본 드라마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작가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유머와 풍자를 활용해 사회 문제를 다루면서도 인물의 개성을 생생하게 살리는 데 강점을 보인다.
따라서 「ほんのもくいち」는 단순한 전기 드라마보다 훨씬 실험적이고 현대적인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역사 속 인물을 박제된 위인으로 그리기보다 현재의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간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변화하는 NHK 아침드라마의 정체성
최근 NHK 아침드라마는 꾸준히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과거에는 성공담이나 성장 서사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보다 다양한 여성의 삶과 가치관을 조명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ほんのもくいち」는 이러한 흐름을 대표하는 작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성공한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간 한 여성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2028년 방송을 앞둔 이 작품은 개인의 자유, 결혼의 의미, 그리고 사회적 규범에 맞서 자신만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NHK 아침드라마가 어디까지 변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