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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먼저 보이는 시대 중국 영화 크레디트가 던지는 조용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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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SNS 웨이보에서 이런 말이 공감을 얻으며 하나의 화제가 번지고 있다. 영화의 이야기보다 먼저, 배우들의 크레디트 표기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중국 영화의 출연진 표기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논란의 중심에 선 작품은 올해 춘절 시즌 개봉을 앞둔 원화평(袁和平) 감독의 무협 영화 《표인: 풍기대막(鏢人:風起大漠)》이다. 19일, 개봉일 발표와 함께 공개된 예고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뜻밖의 장면이 등장했다. 영화의 세계관도, 액션도 아닌, 길게 이어지는 출연진 소개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 것이다.

처음 이름을 올린 오경(吴京), 사정봉(谢霆锋) 등 일곱 명은 ‘영함주연(領銜主演)’으로 소개된다. 이어 등장하는 양가휘(梁家輝)는 ‘특별연출’, 이연걸(李連杰)은 ‘특별우정출연’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전체 30여 명의 배우 소개 속에는 ‘영함주연’, ‘특별연출’, ‘우정주연’, ‘우정연출’, ‘우정객연’, ‘특별우정출연’, ‘주연’, ‘우정출연’ 등 수많은 수식어가 겹겹이 쌓여 있다.

이를 두고 중국 매체들은 날카로운 지점을 짚었다. “작품의 내용보다 먼저, 이 영화에서 누가 몇 번째인가라는 무언의 경쟁이 관객 앞에 놓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분화된 분류는 이미 일반 관객이 크레디트에서 기대하는 기본적인 정보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 현상이 특정 작품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같은 춘절 시즌 개봉을 앞둔 장이머우(张艺谋) 감독의 스파이 영화 《경칩무성(驚蟄無声)》 역시 비슷한 방식의 크레디트로 언급되며 논의의 범위를 넓혔다. 흥행 성적과 화제성이라는 이중의 압박 속에서, 스타의 시장 가치는 점점 더 많은 타이틀과 순번으로 세분화되고, 이는 홍보와 협상의 핵심 지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크레디트 한 줄에는 제작사, 배우, 팬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만약 업계가 배우의 연기보다 이름의 순서에 더 집착하고, 홍보가 이야기보다 호칭에 집중하게 된다면, 영화라는 예술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건 《표인》에서 시작된 일이 아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이어져 온 문제다”, “이제는 ‘조연’이라는 자리가 사라졌으니, 영화제의 최우수 조연상도 없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씁쓸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

스크린 위에서 가장 먼저 떠야 할 것은 이름이 아니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크레디트가 점점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더 단순한 질문으로 돌아간다.
이 영화는, 정말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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