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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마을에서, 머리카락보다 마음을 다듬는 시간 (The Village Bar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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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조용히 내려앉은 시골 마을의 한뜰.
하얀 눈이 담요처럼 땅을 덮고, 바람조차 숨을 고른 그곳에 작은 이발소 하나가 문을 연다. 간판은 화려하지 않고, 손님을 부르는 음악도 없다. 대신 이곳에는 사람의 온기와,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이 있다.

tvN 예능 프로그램 **〈The Village Barber〉**는 그런 공간에서 시작된다. 국가자격증을 가진 이발사 박보검, 그의 곁에서 자연스럽게 손을 보태는 이상이, 그리고 말없이 식탁을 채우며 하루를 마무리해 주는 곽동연. 이 세 사람은 ‘출연자’라기보다, 잠시 마을에 머무는 이웃처럼 보인다.

이발은 이곳에서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의자에 앉아 가운을 두른 순간,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내려놓는다. 오래 쌓인 근심, 말하지 못했던 마음, 누군가에게는 잊고 싶었던 시간까지. 박보검은 가위를 들고 머리카락을 다듬지만, 그 손길은 유난히 조심스럽다. 머리를 자른다기보다, 삶의 결을 정리해 주는 사람처럼 보인다.

이상이는 바닥을 쓸고, 도구를 정리하며 공간을 지킨다. 그의 움직임은 과하지 않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배경이 되어 주는 존재다. 그리고 곽동연은 부엌에서 따뜻한 음식을 준비한다. 말없이 건네는 한 그릇의 국, 잘 익은 밥 냄새는 이발이 끝난 뒤의 침묵을 부드럽게 감싼다.

공개된 포스터 속 장면은 동화처럼 보인다.
눈 내린 마당, 환한 웃음, 그리고 세 사람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내는 호흡. 누가 주인공인지 굳이 나눌 필요가 없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같은 속도로 하루를 살아간다. 카메라는 그 모습을 과장하지 않고, 멀찍이서 바라본다. 마치 시청자에게도 “잠시 앉아 쉬어도 괜찮다”고 말하듯이.

〈The Village Barber〉가 특별한 이유는, 무언가를 ‘보여주기’보다 ‘머물게’ 하기 때문이다. 빠른 편집도, 자극적인 설정도 없다. 대신 눈 내리는 소리, 가위가 스치는 작은 마찰음, 사람의 숨결 같은 것들이 화면을 채운다. 그 고요 속에서, 시청자는 어느새 자신의 마음 상태를 돌아보게 된다.

머리를 자르고 나면, 사람은 조금 가벼워진다.
이 프로그램은 그 당연한 감각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불필요하게 길어진 생각을 덜어내고, 엉킨 감정을 정리하고 나면 우리는 다시 앞으로 걸어갈 수 있다. 이발소는 그래서 하나의 은유처럼 존재한다. 정리와 회복, 그리고 다시 시작하기 위한 공간.

눈이 녹으면 마을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낼 것이다.
하지만 이 작은 이발소에서 흘렀던 시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들었고, 누군가의 마음에 조용한 위로로 남았기 때문이다.

〈The Village Barber〉는 묻지 않는다.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무엇을 이루었는지.
그저 말한다.
“괜찮다면, 잠시 머물다 가세요.”

그리고 그 한마디가, 이 프로그램을 오래 기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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